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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선영작가의 오늘은 뭐 먹지_손만두

 

 

임선영작가의 오늘은 뭐 먹지

녹아 드는 만두피에 육즙의 넥타르, 손만두

 

 

 

겨울밤 늦은 귀갓길, 멍하니 걷다가 만두집 앞에 우뚝 섰다. 걱정거리와 불안함으로 머리를 터질 듯할 때였다.

모락모락 김이 오르는 찜통을 바라보자니 형언할 수 없는 평온함이 느껴졌다. 손만두를 집어먹자 거창하지 않지만 잔잔하게 오래도록 감동이 몰려왔다.

평정심. 그때부터 궁극의 손만두를 향한 나의 순례길은 시작되었다.

 

 

 

장인들은 재야 무림에 숨어있었다. 기계로 찍어내는 것이 아니라 일일이 하나하나 주인의 손으로 빚어서 손만두다. 그들의 손만두는 열 가지 넘는 속재료들이 천상의 궁합을 이루면서 내적 갈등이 하나도 없었다.

두툼한 만두피는 방어적으로 보였지만 씹는 순간 만두 속과 혼연일체가 되었다. 신비했다. 찜통에 있으면 똑같아 보이지만 어느 하나 같은 것이 없다.

멋진 옷을 두른 것은 아니지만 주인장의 오랜 연륜과 솜씨에서 나오는 유려한 곡선이 새겨져 있다. 프랑사의 제빵사가 바게트를 반죽하고 마지막에 칼집으로 쿠프를 내는 것처럼.

 

 

코아손만두는 빵살이 녹아 없어지며 입안 가득 육즙의 넥타르를 마시는듯한 황홀경의 왕만두이다. 대형쇼핑몰 푸드코트에 숨어 노포가 된 특이한 이력이다.

쇼핑몰이 리뉴얼 될 때마다 이곳만은 지켜달라는 주민들의 청원으로 지켜진 지 30년.

돈육이 듬뿍 들어 듬직하고 육즙이 가득하지만 야채 육수가 담백하게 잡아주니 느끼하다고 불평할 겨를이 없다. 30년 만두 외길을 지켜온 두 어르신을 보고 있으려면 든든했지만 이제 아련한 아버지 생각도 든다.

만두국용 생만두를 파는데 정갈한 맛과 모양새에 강남의 사모님들이 집안 손님맞이나 명절 음식용으로 예약하는 곳이다.

 

 

일광당은 부산 현지인들이 최고로 꼽는 만두 맛집이다. 옛날 빵집에서 일하던 사장님은 35년간 닦은 제빵 기술로 부산 기장 찐빵 골목에 가게를 열었다. 만두피 반죽은 막걸리 숙성에 우유로 수분을 더한다. 빵살이 촉촉하다.

만두 속은 돼지고기, 양파, 양배추, 부추, 생강, 마늘, 참깨 들깨 등 15가지 재료로 직접 만든다. 전현직 군수 사모님들도 이 곳의 단골들이다.

공장에서 대량 생산된 만두는 제 맛을 내기 힘들다며 만두집 주인은 맛을 향상시키려고 부단히 노력한다. 나는 만두를 이해하기 위해 만두피, 속 재료, 빚는 법에 대해서 꼬치꼬치 묻다가 실제로 만두를 먹는 순간 머리가 하얘졌다. 이념의 조각들이 하나로 통합되면서 감동스러운 맛에 두 눈을 감았다.

 

 

이재현발아현미찐빵은 김포에서 강화로 들어가는 길목에 자리한다. 만두피에 강화 청정농법으로 농사지은 현미를 쓴다. 현미 가루와 발아현미 비율이 반죽의 40% 이상. 소화를 돕고 풍부한 무기질과 유익성분을 인정받아 특허까지 획득했다.

무설탕이라 혈당 조절식으로도 인기가 많다. 현미에는 효소와 미네랄 등 유익성분이 풍부한데 소화 흡수율이 떨어지는 단점이 있다. 소화를 편하게 하기 위해 현미를 발아 시키고 반죽을 충분히 숙성시킨다.

속 재료는 아내가 담당한다. 친척이 직접 농사지은 강화산 야채를 듬뿍 넣고 김장을 시원하게 담아 돼지고기와 함께 빚는다. 매콤하고 구수한 만두 속이 애쓰지 않아도 녹아드는 발아현미 만두피와 어우러지니 입안에서 강화의 풍요로운 들판이 펼쳐진다. 

 

 

 

 

코아손만두

 

서울 서초구 잠원로 37-48 뉴코아아울렛 1관 지하1층

02-594-3875

왕만두 4개 6500원, 군만두 6000원, 사골떡만두국 7000, 만두국용생만두 7000원 

 

 

 

 

일광당

부산시 기장군 일광면 이천리 836-5

051-724-0039

고기야채왕만두 6개 4500원, 김치왕만두 6개 4500원 찐빵/쑥찐빵 5개 4500원 상투과자 (택배가능) 

 

 


이재현발아현미찐빵

인천 강화군 화도면 해안남로 1079

031-986-3712

손만두 6개 4000원, 발아현미찐빵 6개 6000원, 발아현미쑥찐빵 6개 6000원  (택배가능)

 

 


임선영 음식작가· ‘셰프의 맛집’ 저자 nalgea@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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