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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객 이윤화의 오늘 뭐 먹지 _ 고기국수

 

 

섬국수 이야기

 

 

오키나와 여행 중에 만났던 오키나와 토박이 친구는 ‘옛날 우리 오키나와 사람들은 일본사람과는 결혼을 안했어’라고 말했다.

 

순간 오키나와가 일본에 속한 섬이 아닌가 하는 착각에 잠시 빠졌었다. 친구 말을 곰곰 생각해보니, 오키나와 사람들 특유의 기질과 본토인들에 대한 피해의식의 반증이겠구나 싶었다.

 

그 때 친구와 함께 먹은 음식이 ‘오키나와소바’였다. 그때까지 ‘소바’는 메밀국수를 일컫는 것으로만 알고 있었는데, 오키나와소바를 주문하니 밀가루로 만든 우동 같이 굵은 면발의 국수가 나오고 그 위에 간장 맛이 밴 두툼한 돼지고기덩어리도 얹어져 있다.

 

보기보다 느끼하지는 않았지만 생경한 국수의 비주얼은 지금도 오키나와를 말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이다.

 

 

이런 ‘오키나와’와 우리 ‘제주도’는 여러모로 닮아있는 지역이다.

 

본토와 떨어져 있기에 받아온 서러운 대우와 강대국이 점령했던 슬픈 역사의 동병상련 뿐 아니라 돼지고기가 무척 맛있다는 것도 공통점이다.

 

이 특별한 맛의 돼지를 이용한 오키나와소바와 제주도의 고기국수는 마치 섬국수의 배다른 형제 같다.  

 

 

요즘 매스컴 덕택에 제주도의 고기국수는 꽤 많이 알려져 있다.

 

육지 토박이로서 제주도에 가서 처음 받아든 고기국수는 첫 젓가락을 들까말까 약간 고민하게 만들었다.

 

탁한 돼지고기 육수에 소면보다 약간 굵은 면이 들어있고 수육으로나 나올만한 비계 붙은 고기 여러 첨이 올라간 국수는 맑은 국물국수만 먹어온 이에게는 다소 부담스런 도전이 될 수밖에 없었다.

 

 

알고 보니 고기국수는 제주 근현대의 산물로 만들어진 음식이었다.

 

한국전쟁 후 미국의 원조로 가장 흔해진 게 밀가루였지만 이전에는 궁중이나 반가의 귀한 밥상에만 오르던 것이 바로 밀음식었다.

 

일제강점기에 제주도와 오사카는 직항 배가 왔다 갔다 할 정도로 상호 긴밀하여 일본의 신문물이 오히려 국내 본토보다 제주도에 더 빨리 전해지기도 했다.

 

그 중에 하나가 건면이었다. 그 후 국수공장까지 생기면서 건면 국수가 알려지고 그것이 제주의 잔치음식이면서 동시에 서민의 음식으로 정착되었는데 전문 식당까지 생긴 것은 해방 이후에나 찾아볼 수 있다.

 


1950년 애월에서 국수집을 열은 뒤 나중에 제주시로 이전한 ‘삼대전통고기국수’는 시어머니에서 며느리 그리고 딸로 이어온 3대째 국수집이다.

 

고기국수를 주문하면 미리 삶아놓은 고기를 얹어주는 것이 아니고 그 자리에서 생고기를 익혀 만드는 정성으로 대를 잇는 가업식당이다.

 

 

‘제주바우식당’은 제주시청 인근에서 30년 이상 운영한 어머니의 바우식당을 아들이 서울로 옮겨왔다.

 

아직도 어머니가 제주와 서울을 오가며 음식 훈수를 둔다. 이 집의 고기국수는 가정식마냥 배지근하다(묵직하며 감칠맛난다).

 

 

젊음의 거리, 샤로수길에 자리잡은 ‘제주상회’의 고기국수는 고기 양이 엄청 많다. 말그대로 고기국수이다.

 

 


이윤화 레스토랑가이드 다이어리알(diaryr.com) 대표

 

 

 

제주바우식당

서울 강남구 강남대로160길16. 02-517-3350. 고기국수 7,000원

 

 

 

삼대전통고기국수

제주 제주시 신대로5길17. 064-748-7558. 고기국수 7,000원

 

 

제주상회

서울 관악구 관악로12길108. 02-883-7083 고기국수 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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