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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박사의오늘은뭐먹지 - 졸복이 작다고 졸(卒)로 보면 큰코다쳐요




졸복이 작다고 졸(卒)로 보면 큰코다쳐요




오래 전, 친한 후배 아버지가 동네 어르신들과 경로당에서 복요리를 드시고는 단체로 입원을 했던 사건이 있었습니다.


급히 응급실로 가보니 사경을 헤매는 어르신들 코밑이 하나같이 다 까매서 깜짝 놀랐습니다. 사연인즉, 대나무를 태운 진액이 해독에 좋다는 약장사들 말에 속아 의료진들 몰래 콧속으로 잔뜩 집어넣은 것이지요.


이 정도면 보호자들은 의사가 사람을 살린 것인지 아니면 대나무진액이 살린 것인지 헷갈리게 됩니다. 전봉준 장군도 장독(杖毒)으로 사경을 헤매다가 대나무진액으로 만든 죽력고라는 약술로 나았다는 말이 있으니 그리 근거 없는 말은 아니겠지요.


몇 해 전에는 복어독이 미량 함유된 캡슐을 먹으면 골프 비거리가 늘어난다는 속설에 동반자들끼리 나눠먹고 골프장으로 가다가 중독사고로 참변을 당한 일도 기억이 납니다.





그런 사정으로 복요리는 전통 있는 전문 식당에서 먹어야 안전하다는 말도 있지만, 동경 긴자의 미쉐린 투스타 복집에서도 중독사고가 생겼다는 뉴스가 있었으니 그리 안심할 일도 아닙니다.


일본에서는 ‘복어를 먹는 사람은 어리석고, 안 먹는 사람은 더 어리석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임진왜란 이후부터 청일전쟁 때까지 그 위험성 때문에 복어금식령까지 내렸다지만, 그럼에도 일본 해안가 사람들은 죽음을 불사하고 복어를 먹었습니다.


우리라고 복어의 두려움이 없었을까요? 조선의 실학자 이덕무는 아예 집안 가훈을 ‘북한산 백운대에 올라가지 말고, 복어 국을 먹지 말라’고까지 했다는군요.



하지만 저는 소동파의 의견을 따르렵니다. 죽음과도 바꿀 맛이라 했으니 말입니다.



복어 종류는 상당히 많지만 오늘 이야기는 ‘졸복’입니다.

졸복은 손가락만한 복어이긴 하지만 맛도 뛰어나고 가격도 만만찮습니다. 게다가 작다고 얕보지 마십시오. 이 작은 놈도 치명적인 독이 있습니다.

사실 졸복이라는 어종은 따로 있지만, 요즘은 참복의 작은 개체를 졸복으로 부르고 있지요.





경남 해안 쪽 졸복은 대개 생복으로 요리를 하지만 서해안 쪽 일부에서는 반쯤 건조하여 꾸덕꾸덕한 코다리 형태로 요리를 합니다.

마산 특유의 건아구처럼 건조하면 아미노산이 생성되어 맛이 있긴 하지만 씹을 때 걸리는 게 많아 호불호가 나뉠 수 있습니다.





군산 째보선창에 가면 졸복탕으로 유명한 ‘똘이네집’이 있습니다. 이 선창은 과거에는 흥청거리는 큰 부두였지만, 지금은 쇄락한 항구입니다.


째보선창이란 말도 마치 입술이 찢어진 모양새로 안으로 움푹 들어온 선창이라는 데서 나왔다고 하네요.


째보선창은 채만식의 ´탁류´와 박범신의 ‘소금‘이라는 작품에서도 나옵니다.’소금‘ 원문을 좀 옮겨보면, ´채만식의 소설 ‘탁류’에서 가산을 모두 탕진한 정주사가 “두루마기 둘러쓰고 풍덩 물로 뛰어들어 자살이라도 해볼까” 하고 늘 탄식하던 곳이 바로 째보선창이었다.


(중략) 내가 이사했을 무렵만 해도 세월에 밀려나기 시작한 째보선창은 꽃봉오리 시절을 다 흘려보낸 늙은 작부를 닮아가고 있었다.‘ 그렇습니다. 째보선창이란 단어를 들으면 저는 문득 늙은 작부의 처량한 젓가락 타령이 떠오릅니다.




군산 출신 어느 시인은 ‘째보선창’을 이렇게 노래했더군요.



‘태어나는 날씨마다 흐리다/

태어나는 바람이 짜다/ 흐리고 짠 우리들의 물결 안에/

소주보다 독한 피를 나눌 때는 올 것인가’ (이병훈)




평일 진료를 팽개치고 친구들과 여기까지 왔는데, 졸복탕에 ’쏘주‘를 들이키지 않는 것은 째보선창에 대한 예의가 분명 아닐 겁니다.

아무리 낮술이라 하여도 말입니다.





똘이네집

전북 군산시 구시장로 62 063-443-1784

졸복탕, 졸복튀김 15,000원






남성식당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오동동10길 3 055-246-1856

졸복복국 15.000원 졸복수육 70,000원




 

충무호동복

서울 강서구 화곡로53길 10 02-2691-6300

졸복국 13,000원 충무멍게비빔밥과 복국 19,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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