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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박사의 오늘은 뭐먹지 _ 멍게비빔밥은 바다의 민주공화국




멍게비빔밥은 바다의 민주공화국




멍게철이 시작되었습니다.

5월부터가 제철이라는데, 개인적으로 도다리쑥국이 봄의 시작이라면 멍게비빔밥은 봄의 절정이라 생각합니다.

원래 멍게의 표준말은 우렁쉥이지만 언중들이 사용하는 빈도로 따졌을 때 멍게가 압도적이라 둘 다 표준어가 되었지요.

우럭도 표준말은 조피볼락인데 조만간 멍게처럼 승급이 될 공산이 큽니다. 멍게에는 크게 세 가지 종류가 있습니다.

우리가 흔히 아는 참멍게(붉은 멍게)와 양식이 되지 않는 비단멍게, 돌멍게가 그것입니다. 저는 돌멍게가 안주로 나오면 반으로 자른 껍질에 소주를 부어 마시는 호사를 부리곤 합니다. 마치 굴이 들어있는 껍데기에 화이트 와인을 조금 부어 마시는 것과 비슷한 음주법이지요.



멍게는 묘한 풍미가 있어서 날 것이든 데친 것이든 갯내음 함께 멍게 특유의 향이 단박에 입안을 사로잡습니다.

갯바위 촌부들의 좌판에 앉아 먹어도 좋고, 횟집에서 덤찬으로 먹을 수도 있지만, 멍게를 가장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방식은 비빔밥이 아닐까요?

해삼창자젓(고노와다)비빔밥이나 성게알(우니)비빔밥도 고급 재료들이고 맛도 뛰어나지만 멍게비빔밥의 풍미를 따라오기 힘듭니다.



우리나라 음식문화의 특징 중에 하나가 비빔문화인데, 예로부터 먹거리가 넉넉하지 못하여 대충 이것저것 섞었을 수도 있고, 모든 것을 비벼 어느 하나 튀지 못하게 하는 민족성향 탓일 수도 있습니다.

일본 역시 튀는 것을 경계하는 ‘와(和)’ 문화가 있지만, 비빔밥과 비슷한 덮밥의 경우 밥과 그 위의 주재료를 절대 섞지를 않습니다.



적어도 우리나라에서는 ‘비빔은 본능’ 수준이라 할 수 있어서, 국물이 조금이라도 있는 음식이라면 식사 마무리로 냄비나 철판에 추가 양념을 넣고 밥을 비비고 볶아야 직성이 풀리곤 합니다.

조금 독특하거나 향이 강한 재료라도 일단 비비면 하나하나의 개성 있고 순수한 맛은 소멸되지만, 여러 반찬 재료가 합체된 새로운 맛이 탄생하는 것이지요.

이는 시간전개형이라는 서구식 상차림과는 달리 공간전개형이라는 우리의 한상차림 문화와도 연결이 됩니다.

비빔밥이 그릇 안에서 합하는 방식이라면, 한상차림은 각종 반찬을 입안에 넣어 섞을 수 있는 방식이니 크게 보면 같은 말인 것이지요.



학창시절, 점심시간 벨이 울리자마자 친구들의 반찬을 모두 꺼내어 각자의 도시락에 적당히 나누어 담습니다.

김치, 깍두기, 소시지, 콩자반, 계란말이, 콩나물... 반찬의 우열을 가리지 않고 모두 평등하게 나눈 뒤 도시락을 열심히 흔듭니다.

언필칭, ‘도시락의 민주화’가 일어난 것이지요. 이를 두고 ‘비빔밥은 참여예술’이라고 백남준 선생이 표현했던가요?



시인 오세영은 모든 재료가 평등하고, 더불어 살 줄 알며, 서로 양보하고 희생할 줄 아는 비빔밥을 ‘민주국가이고, 공화국이며, 복지국가’라 하였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구절에서는 ‘아아, 음식나라에선/ 한국이 민주주의다./ 한국의 비빔밥이 민주주의다.’라고 하였지요.

가뜩이나 ‘민주주의’라는 단어를 두고 갑론을박이 많은 요즘 세태가 비빔밥만도 못한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통영굴전문점



경기 수원시 장안구 정조로 922번길 15-2

031-257-2121

멍게비빔밥과 알탕 11,000원 굴밥 8,000원



백만석

경남 거제시 계룡로 47

055-638-3300

멍게비빔밥 12,000원 성게비빔밥 20,000원 해삼내장비빔밥 22,000원

 



들름집

서울 서초구 서초대로78길 56

02-585-8449

멍게비빔밥 7,500원 참골뱅이 비빔밥 7,500원 비빔국수 5,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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