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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식가의수첩]홍지윤 요리쌤의 오늘 뭐 먹지_빙수




홍지윤 요리쌤의 오늘 뭐 먹지

빙수




방학을 앞두고 날이 더워지니 바람도 안 통하는 합성섬유 교복을 입고 언덕배기에 올라앉은 학교건물을 오르내리는 일이 고역이었다.

철없이 뛰놀다가 중학생이 되었는데 지키라는 규칙과 하지 말라는 규율은 왜 그리 많은지, 게다가 몸을 조여오는 교복까지 입고 있으니 스트레스가 이만 저만이 아니었다.

학교가 파하면 자동으로 단짝친구와 학교 앞 분식집으로 향했다.

땀을 뻘뻘 흘리며 매운 즉석떡볶이 한 냄비를 해치우고 나면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아줌마! 빙수 하나요’를 외쳤다.



둘이 먹어도 넉넉할 만큼 큼지막한 유리 그릇에 이가 시리도록 서걱서걱 씹히는 얼음을 갈아 얹고 달달하게 삶은 팥과 부드러운 연유를 끼얹은 후, 미숫가루를 소복하게 뿌리고 알록달록한 젤리를 올리고 화룡점정의 칵테일 체리로 장식한 빙수 한 그릇.



아마도 일생 통틀어 빙수를 제일 많이 그리고 제일 맛있게 먹었던 해였던 듯하다.

교실에 에어컨은 고사하고 선풍기도 없던 시절이었으니 한여름 하굣길에 사먹는 빙수는 꿀맛일 수밖에.

수레바퀴 돌리듯 핸들을 움직여 얼음을 갈던 시절이라 빙질은 거칠었고 알록달록하게 인공색소로 빛깔을 낸 젤리 같은 조악한 토핑을 인심 좋게 잔뜩 얹어주었다.

열대과일이 비싼 시절이라 병문안 용으로 인기를 끌던 과일칵테일 통조림이나 연유가 올라가면 고급빙수로 취급 받던 시절이다.



역시 빙수의 핵심은 팥, 팥빙수는 시대를 초월한 스테디셀러다.

요즘은 얼음과 팥, 한 두 가지 토핑으로 내용물이 단순화되었고 대신 내용물의 퀄리티를 고급화시키는 데에 치중한다.

연유와 우유를 미리 혼합하여 얼음을 제조하고 입 속에서 사라지듯 곱게 갈아내는 눈꽃얼음이 대세다.

팥 알갱이가 적당히 씹혀 식감이 살아있으면서도 부드럽고 당도가 지나치게 높지 않은 편을 선호한다.

거기에 약간의 견과류나 쫀득한 찹쌀떡 한 두 개가 토핑의 전부다.



전통빙수와는 아예 다른 취향을 저격한 새로운 빙수들도 속속 등장하는 중이다.

망고, 멜론 등의 열대과일을 주재료로 갖가지 토핑을 골라서 얹을 수 있는 초고가의 호텔라운지 빙수, 서양식 디저트 메뉴를 응용한 캬라멜 빙수와 프랑스식 밤 절임 마롱 글라세 맛의 몽블랑 빙수, 진한 쵸코렛 음료를 얼려 특화 시킨 쵸코렛 빙수, 녹차를 비롯한 계절에 따른 각종 과일시럽을 이용한 일본식 빙수까지 골라먹기도 재미나다.



올 여름은 교복입고 빙수 먹던 그 옛날과 비교도 안될 찜통더위다.

이 더위는 조상의 지혜 이열치열로는 다스리기 어려울듯하다.

빙수라도 먹으며 내장까지 뜨거워진 열을 내려줘야겠다.





밀탑

강남구 압구정동 429(현대백화점 압구정점)

전화 02-547-6800

밀크 팥빙수 9천원




동빙고

용산구 이촌동 301-162

전화 02-794-7171

팥빙수 7천원





17도씨

서울 마포구 동교로29길 38

전화 02-337-1706,

쵸코렛 빙수 1만5천원




더 라이브러리 

중구 장충동2가 202 신라호텔

전화번호 02-2230-3388,

애플망고빙수 4만2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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