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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박사의 오늘 뭐 먹지_파스타

 

 

석박사의 오늘 뭐 먹지

어란이 파스타를 만났을 때

 

 

 

생선의 알을 버리지 않고 요리해서 먹는 것은 만국공통일 겁니다, 그런 대표적인 생선알을 꼽으라면 철갑상어알(캐비어), 연어알, 성게알(실제는 성게의 난소와 정소), 명란, 청어알 등인데, 손품이 많이 들어가기로는 숭어알로 만드는 어란을 따라갈 수 없습니다.

어란 하나를 완성하는데 대략 50일이 걸리고, 고르게 말리면서도 납작한 형태를 위하여 알을 뒤집는 행위를 400번 이상을 해야 한다니 말입니다.

 

 

조선시대 때부터 임금님 진상품이었다는 어란의 역사가 더 오래일까 아니면 막부 이후 쇼군 진상품이었다는 일본의 가라쓰미가 더 원조일까 하는 문제는 음식문화사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겐 꽤 흥미로운 주제입니다.

하지만 대만에서도 유우즈(烏魚子)라 불리는 어란이 있으니 인접 세 나라가 서로 영향을 주었을 가능성이 많습니다.

 

 

유럽식 어란인 이탈리아의 '보타르가'는 외양과 만드는 방법이 비슷하긴 하지만 우리식 어란에 견줄 바가 아닙니다.

보타르가는 참치알이나 숭어알로 만드는데 워낙 염장을 심하게 하는 까닭에 짠맛이 모든 것을 덮어버리기 때문이지요. 일본도 소금 위주로 가라쓰미를 만들지만 우리의 어란에는 조선간장과 참기름이 더해집니다.

 

 

그런데 일본은 왜 어란을 가라쓰미라는 엉뚱한 이름으로 불렀을까요? 임진왜란 전에 일본 전역을 평정한 토요토미 히데요시가 나가사키를 방문했을 때, 지역 영주가 숭어알젓을 상납하자 희한한 맛을 내는 놈의 이름이 뭐냐고 물었답니다.

그러나 당시까지도 이름이 없던 터라 당나라에서 만든 먹과 생김새가 비슷한 것에 착안하여 '가라쓰미'(당나라 먹)라고 둘러댔다는 이야기가 전해집니다.

 

 

(가라쓰미와 비슷한 이름인 ‘가라쓰’는 큐슈의 사가현에 있는 항구입니다. 이곳에 그 유명한 나고야(名護屋)성이 있는데, 왜란을 일으키기 바로 직전 토요토미 히데요시가 전국의 다이묘와 군인들을 모아 거병을 한 곳이 바로 그 성입니다.

가라쓰를 한자로 당진(唐津)이라고 쓰는데, 그곳이 당나라와의 최단 거리인 항구였기 때문입니다. 충남의 당진도 삼국시대 때 백제가 고구려에 막혀있을 당시 중국과 교류를 위한 항구였음은 당연하겠지요. 하지만 가라쓰의 ‘가라’를 ‘당(唐)’이 아니라 가야 혹은 가락국으로 해석하는 글도 있기는 합니다.)

 

 

어란은 민어나 조기 등의 알로도 만들지만, 역시 숭어알로 만들어야 제맛입니다. 송수권 시인의 저서인 ‘남도의 맛과 멋’에는 남도 각 지역에서 부르는 송어의 다양한 명칭에서부터 명인 김광자 할머니의 어란 제조법까지 자세히 기술되어 있습니다.

그런 노작을 읽으면 먹거리에 대한 제 지식 수준이 여전히 족탈불급임을 깨달아 쥐구멍이라도 찾고 싶은 심정이 됩니다.

 

 

옛날 양반들은 어란을 먹을 때 식칼을 불에 달구어 최대한 얇게 썬 뒤에 앞니 사이에 끼어 술 한 잔에 한 번씩 핥아서 먹었다고도 하는군요.

앞니 사이에 어란이 진짜 들어가는지 실제 해보기도 했는데 옛사람들의 잇몸 건강 상태를 고려하면 가능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느 식당에서는 어란을 깍두기처럼 썰어 술안주로 내놓길래 황송하면서도 한편으론 어란 요리가 너무 단순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일본의 요리 사이트에 검색되는 어란 관련 레시피만 30만 건이 넘는다는데 우리는 겨우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라서 안타깝기까지 합니다.

 

 

주변에서 가장 흔히 어란을 만날 수 있는 요리는 어란을 얇게 썰어 얹은 파스타입니다. 마치 트러플을 토핑한 것처럼 말입니다. 굳이 이탈리아 국수가 아니더라도 우리의 소면에 얹어도 괜찮지 않을까요?

 

 

 비스트로뽈뽀_어란타야린

 

 

 

 

이제 영암의 김광자 명인은 백수를 바라봅니다. 우리 요식업계도 다양한 어란 요리를 개발하여 고집스레 전통 식문화를 간직해온 할머님을 위한 헌정 이벤트를 해봄은 어떨지요?
 

 

비스트로 뽈뽀

서울 서초구 방배로42길 29

02-537-7090

어란 타야린 29,000원

 

 

 

갈리나데이지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13길 1-4

02-720-1248

보타르가 파스타 35,000원

 

 

 

이태리재

서울 종로구 율곡로1길 74-9

070-4233-6262

성게어란 파스타 3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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