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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선영 작가의 오늘 뭐 먹지_유산슬, 차분하게 흥분시키는 세 박자의 별미

 

임선영 작가의 오늘 뭐 먹지

유산슬, 차분하게 흥분시키는 세 박자의 별미

 

 

유재석이 유산슬 말고 팔보채나 양장피로 예명을 지었으면 어땠을까.

요즘 예능 프로그램에서 트로트가수로 활동하는 그의 모습은 친근하고도 신비감이 있었다.

그의 노래를 한번 들으면 뭐 딱히 특별할 것도 없지만 다시 보게 되는 중독성이 있으니 그것이 바로 중국집의 별미 유산슬의 맛이다.

 


연세가 70 이상이 되신 어르신들은 화상의 중국집을 청요리점이라 부르신다.

청요리점의 탑3는 팔보채와 양장피 유산슬인데, 그 중 가격은 가장 저렴하지만 시켜놓고 보면 고급감도 있고 양이 푸짐하기에 유산슬은 단연코 인기였다.

유산슬(溜三絲)은 ‘류싼쓰’라는 중국어 발음이 한국화 되어 정착된 이름이다.

고기, 해산물, 야채 세가지 재료를 실처럼 채 썰어 볶아낸 후 전분으로 소스를 걸죽하게 만들어 낸다. 주재료는 돼지고기, 해삼, 죽순이며 새우와 버섯이 들어가서 향이 풍만해진다.

얼핏 보면 팔보채와 별차이 없지만 팔보채는 재료를 큼직하게 썰고 소스에 고추 기름을 부어 끝 맛이 살짝 매콤하다.


그런데 유산슬은 중국 요리라기 보다는 한국식 중화요리에 가깝다. 정작 중국에 가면 유산슬이라는 요리를 찾아내기 어렵다.

비슷한 요리로 윈난성과 구이저우성 일대에 추류싼쓰(醋溜三丝)라는 것이 있는데 이는 감자, 고구마, 호박을 가늘게 썰어 기름에 볶아내고 소금과 설탕, 식초로만 맛을 낸 가정식이다.

일찍이 한국에 정착한 화상 요리사들이 이 평범하기 그지 없는 야채볶음을 비싸게 받을 수 없으니 고기와 해산물을 더하고 한국인의 입맛에 맞게 양념을 부드럽게 조율하여 지금의 유산슬을 완성했다.

 


유산슬을 잘 하는 중국집은 조리법이 남다르다.

아삭하고, 쫀득하며 걸죽한 세 박자를 절묘하게 살린다. 우선 고기와 죽순은 기름에 볶아내고, 해삼과 버섯은 뭉근하게 데쳐낸다.

래야 고기는 쫀득하고 죽순은 아삭하며 해삼과 버섯은 젤리처럼 말캉말캉 씹힌다. 전분으로 걸죽해 진 소스는 입안의 점막에 찰싹 달라붙어 요리의 향을 차분하게 즐기도록 한다.

국수를 떠 먹듯 후룩후룩 소리를 내어 먹으면 더욱 맛있다. 혼자 먹기로는 유산슬밥으로도 좋으며 도수 높은 백주를 곁들이면 담담하고 보드럽게 위를 달래준다.

 


유산슬 맛집을 찾으려면 역사가 오랜 중국집을 가는 것이 좋다.

1978년 문을 연 호화반점은 1인분으로 유산슬밥을 해주는데 재료가 신선하고 옛날 원조의 맛을 고스란히 지켜낸다.

함께 내어주는 칼칼한 짬뽕 국물이 속을 후끈하게 데펴준다. 1967년에 문을 연 동성각은 특별한 메뉴 동성면이 있는데 유산슬에 마파두부 소스를 더해서 면과 함께 비벼주는 요리다.

40년 역사를 이어온 부산의 금룡은 유산슬을 할 때 깨끗한 기름을 써서 조금 오래 볶아낸다. 해산물과 버섯이 푸짐하고 입에 넣으면 잇몸으로도 씹을 만큼 부드럽다. 
 

 

 

호화반점

 

서울 강남구 압구정로54길 4

유산슬밥 1만 2천원

유산슬 3만2천원

 

 

 

동성각

서울 종로구 새문안로9길 29-2

유산슬밥 1만5천원 유산슬 4만3천원

 

 


금룡

부산 부산진구 중앙대로702번길 17-1

유산슬밥 1만 3천원

유산슬 3만원

 

 

임선영 음식작가· ‘셰프의 맛집’ 저자 nalgea@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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